파크라이 5의 최종보스인 조셉 시드는 잘 알려진 대로 에덴의 문이라 불리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이다. 그런데 그가 과연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교리를 내세우면서 사람들을 세뇌시켰을까? 그렇지 않았다.
자기 딸 살해되고, 교회 불타고 나서 저항군에 가담한 제롬 제프리스 목사가 한 말처럼 기성 종교는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종교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그들에게 참고 믿으면 구원받는다는 말만 했을 뿐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당장 제프리스 본인부터 시드가 도와달라고 할 때, 한 것은 그저 믿으면 구원받는다는 말 뿐이었고, 사람들은 그 말에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대안을 찾았다. 그때 조셉 시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해주면서 그들을 자신의 신도로 끌어들이게 됐고, 결국 제롬 제프리스 목사의 딸이 그들의 손에 죽고 교회가 불타고 고문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프리스 목사의 말이 틀렸을까? 아니다. 사람들이 괴로워하긴 했지만 결국 그들 스스로 하나 하나 풀어가면서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난이도가 이전에 3에서 5로 올라가긴 했다지만, 결국 그 일은 그들 스스로 해야 했고,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었다. 서로 돕건 어떻게 하건 방법도 스스로 찾아야 했다. 그리고 찾지 않은 대가는 모두의 파멸로 돌아왔다.
여기서 보듯이 벼랑끝에 내몰리고 당장의 도움이 궁한 사람들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누군가 원하는 것을 말해줄 때, 그걸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선의로 말해주고 들어주고 도와주는 사람은 오직 부모님 뿐이다. 세상은 철저하게 이해타산으로 돌아가며 뭔가를 들어주면 뭔가를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법이고, 나중에 세금 더블로 내는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최악의 경우 목숨과 가족, 자식들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에덴의 문 신도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기는 것으로 그 대가를 조셉 시드에게 지불해야 했다.
지금 삶이 힘들기 때문인지 그저 원하는 바를 들어준다고만 하면 쉽게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그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를 말이다. 복지비용이 증가한다면 초고령사회에서 과연 그걸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어떤 수단을 동원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고령층을 냉정하게 버리고, 그 중에서도 국민여론에 맞춰서 가장 합리적이다 싶은 '원하는 남자가 없다는 이유로 비혼 비출산 트렌드에 충실하게 따른 사람' 을 1순위로 배제(여기서 배제란 그냥 내버리는 것이 아닐 수 있다. 히틀러가 장애인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생각해보면)할 가능성도 있다. 과연 그때 국가의 광기 앞에 당장의 편리함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대가라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제롬 제프리스 목사 말처럼 단지 죽는 그 날까지 계속 자신이 방법을 찾아가며 지독하게 살아가는 길만 있을 뿐이다. 세계 최빈국 남수단부터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잘사는 노르웨이까지. 그 점은 모든 사람에게 변함 없이 적용되며, 거기서 벗어날 길은 세상에 없다. 그걸 무시하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한 체제의 결말은 그저 베네수엘라일 뿐.
이렇게 모든 걸 보고도 한국판 에덴의 문에 들어갈지, 아니면 현실을 직시할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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