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의 주범들 중 여성의 개인정보를 운영자 조모 씨(실명이 공개됐다고 하지만 정식으로 나온 게 아니므로, 여기서는 가명처리)에게 제공한 자들은 바로 사회복무요원. 소위 공익들이었다. 행정관서에서 일하는 공익들이 피해 여성과 유료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협박용으로 사용하게 만들지 않고 자신의 근무에 대해 최소한의 마지막 양심은 지켰다면 n번방이 그렇게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지도, 그렇게 오랜 기간 카르텔이 유지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이 바로 n번방을 키운 주범들이었다.
즉 한국의 징병체계가 군복무 부적응자는 잘 가려내지만 정작 군은 커녕 사회에서조차 쓰면 안 되는 도덕적으로 위험한 자들. 기본적이 직업윤리의식조차 갖출 가망이 없는 자들은 전혀 가려내지 못하고 행정관서에서 잘만 쓰고 있었고, 일선 공무원들 역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 없이 이들이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빼돌려도 아무 대처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n번방 조모씨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악마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이 타락하지 않았거나 타락한 자들을 걸러낼 최소한의 안전망이 있었다면 n번방은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규모가 커지거나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고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징병체계는 제2의 임병장 사건을 막겠다면서 강화한 후에는 사회성이 없는 사람은 잘도 걸러낸 반면, 정작 사회성이 없는 사람보다 더 위험한, 아예 전시에도 쓸 수 없고 사회에서도 쓸 수 없는 도덕성이 없는 사람들은 걸러내지 못했다. 그나마 공무원들이 자기 일을 제대로 하고 개인정보유출을 최소화하려고 했다면 모르지만 보이는 바와 같이 그런 일은 없었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의 이 사태다.
따라서 병무청은 이번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징병검사에서 피검사자들의 인성을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동사무소와 구청에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공무원들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수조사를 하고 규정을 지키지 않은 자들에게는 합당한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덧글
인성과 상관없이 되는 사회복무요원이 저런 데 들어가는 건 군대에 부적합한 사람을 공익으로도 아득바득 써먹으려는 그 자체가 문제라 보고요.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그래서 전 아예 사회복무요원 제도를 폐지하고 현역-(상근)-면제로만 하자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