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는 여러 가지 면에서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고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물론 살인범은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며 게다가 이번 건은 정당방위의 여지도 없는 명백한 계획살인이다(게다가 대충 기사와 발표 내용을 보니 개인적으로도 유죄가 거의 확실하다 본다) 유럽에서도 이런 경우는 난민으로 일단 받아주되, 가는 곳은 무조건 자국 교도소에 무기형이 원칙이므로 난민 혹은 북한이탈주민으로 받아주지 않은 것 자체는 정당하다. 하지만 이들이 현행범으로 잡힌 게 아닌 이상 일단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고, 수사를 거쳐 죄상을 확인하기 위해 구속 후 재판에 넘기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이들을 유죄로 판결해 돌려보내더라도 북한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고, 유죄 이후에도 합당한 처벌이 아닌 비상식적으로 잔혹한 처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도 살폈어야 했는데, 유럽에서 시리아 등에서 넘어온 테러리스트를 난민으로 인정은 안하나 송환하지도 않는 이유가 바로 돌아가면 어떤 식으로 처형될지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두 탈북자가 현행범으로 잡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선 무죄추정의 원칙부터 지키지 않았고(뭐 자국 남성의 무죄추정 원칙도 여성대상범죄면 반은 무시하는 곳이긴 하지만), 그에 따른 정당한 재판의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았으며, 설사 그런 절차 없이 살인범임이 명백하게 증명됐다 하더라도 북한에 넘기기 전에 이들이 어떤 최후를 맞을지 생각해봐야 했는데 그조차도 하지 않았다. 이들이 어찌 될지는 뻔한 일이다. 무죄추정의 원칙 따위 무시되고 형벌만큼은 대중의 법감정과 공포의 원리를 충실하게 따라주는 북한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한 뒤 형식적인 재판을 거쳐 사형이 내려지고 집행도 김정은이 본보기 보여준답시고 당연히 공개총살로 할 것이다. 하다못해 일반인도 아는 이런 사실을 정부가 모른다는 게 더 말이 안 되고, 그렇다면 처음부터 살인피의자 조사하고 재판하고 유죄나오면 교도소 가둬서 자유를 빼앗는 대신 평생 독방에서 의식주 보장하며 세금 1인당 연간 몇천씩 쓰고(명칭은 사형이고 집행은 중무기형인) 북한과 척지고 악선전 대상이 되기까지 하느니 그냥 넘기고 말자는 발상으로 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국제법은 어쨌건 간에 북한은 형식상 한반도 북부를 불법점유한 김정은이 수장인 카르텔이고 이들은 한국 국민이다. 즉 법적으로 따지면 유죄가 맞더라도 이들은 자기네 조직 내에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이며, 따라서 살인죄로 공권력에 따라 처벌해야 마땅하다. 멕시코 정부가 아무리 막장이라지만 상대편 카르텔 구역에서 살인 저지른 조직원을 잡아다 해당 카르텔에 넘기는 거 봤는가? 전쟁중에 카르텔에 잡혀서 산채로 썰려 죽는건 별수 없지만 일단 정부가 잡아 살인죄를 확인하면 무조건 정식재판을 거쳐 연방교도소에 보낸다. 이런 점에서 이 정부는 그 무능하다는 멕시코 정부보다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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