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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김정남 피살에 대해 분석하자면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단 북한체제 유지+비핵 안정화 개방정권 수립이 목적이라면 김정남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비록 김정일, 김정은 체제 하에서의 온갖 재난(물론 그 원인제공은 김일성이 했으나)에도 불구하고 그 원망은 언제까지나 김정일, 김정은 개인에게 향할 뿐 백두혈통에 대한 신앙이 (적어도 엘리트 그룹 내에서는)아직도 절대적인 북한에서는 결국 누군가 제사장 노릇을 해야만 하고, 김정일의 자손들 중에 혈통상 가장 가까운 인물이 바로 김정남이며, 또한 그나마 '백두혈통' 중에 가장 합리적인 인물도 김정남이었기 때문이다. 즉 이번 김정남 피살은 중국의 묵인 없이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으며, 중국 스스로 북한체제의 개혁, 개방 및 장기 안정화. 그리고 태국식 입헌군주제 등으로의 전환을 포기했다고 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이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이렇게 '비합리적' 이라 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린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첫번째. 미국 내 대중정책의 변화. 우선 조지 W 부시 시절 미국은 중국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고, 오바마 시절에도 미국과 직접 충돌하지 않는 자기 권역 내에서 벌이는 패권 행사나 러시아가 중동에 개입하듯이(참고로 현재 트럼프-러시아 관계에서 문제되는 것도 중동에서 러시아가 난리치는 것 때문은 아니다. 트럼프 정권 내 인사들이 플린처럼 공사구분 못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그렇지) 정도는 눈감아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말기 중국은 중앙아시아나 중동, 남아시아 등지에서 무슬림이나 좀 잡아주고 베트남 등 대륙 쪽 동남아나 병합하는 수준에서 끝내기를 바란 미국의 기대를 배신하고 본격적인 태평양 반분 시도에 착수했는데 이는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도 '적당한 양보' 에서 소련 제압하듯이 중국 주권 자체는 손대지 않되 그 외부로의 진출은 처음부터 막아버리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형태로 변화되었다. 한국에 대한 사드 배치도 그 일환으로 볼 소지가 있는데, 과거라면 한반도 정도야 '뭐 내줘도 일본이 방패가 되겠지'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중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하나라도 더 내주면 안되니까 태도를 바꾼 것이다. 즉 북한 내 친중정권 수립을 미국이 '그거 생각해볼 만 하다' 식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줄어들었고, 오히려 신 김정남 정권을 미국이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져 버렸다.

두번째는 한국 내 대북/대중 정책의 변화다. 물론 여기서 한국 내 여론은 통일회의론으로 가고 있으니 상관없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착각하면 곤란한 것이, 통일 회의론이 북한 불개입론이 절대 아니다. 아무리 통일회의론자가 많다 한들 북한의 핵보유와 그에 따른 수탈경제 도입 혹은 휴전선 이북지역 친중정권 수립(즉 중국의 수도권 직접공격 가능)까지 용납할 정도는 아니며, 이를 막기 위해 '김정은 체제' 를 제압하는 거라면 군과 민간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청년층 내부 분위기가 경제성장률의 체감상 정지 사태와 함께 최악을 달리면서 전쟁으로 입을 피해를 두려워하던 1994년, 2004년과 달리 '전쟁' 에 대한 거부감은 날이 갈수록 떨어져가고 있다. 사실 중국이 원하는 건 한반도 통일을 막는 것만이 아니라 북한 지역에 친미/친남한 정권 수립도 막는 것인데 첫번째는 확률이 떨어진 대신 오히려 두번째가 크게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중국 스스로 사드 문제를 갖고 한국에 대해 지나치게 과격한 태도를 취한 것도 문제인데 진보/좌파 진영은 아직도 중국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으나 국민여론은 그 반대로 바뀌어 가는 추세이다. 오히려 아베 신조의 소녀상 관련 외교보복파동 때문에 관심이 줄어든 게 다행일 지경. 즉 김정남을 옹립하고 휴전선 북쪽이 중국의 지배 하에 놓이는 걸 한국이 용납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뜻인데 한국, 미국의 협조나 최소한 묵인 없이 초기 불안정 그 자체일 김정남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중국으로서는 이는 무시하기 어려운 변화가 된다.

마지막으로 중국 자체 여력의 약화와 북한 내 친중세력의 소멸을 들 수 있다. 물론 1, 2에 비하면 미미한 리스크지만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김정남 체제가 수립되고 나서도 상당기간은 중국군의 주둔+북한 지역 경제개발 원조 비용이 들어간다. 한강의 기적처럼 세계 경제가 성장세가 아니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자산 없이 게임을 시작하는 게 불가능한 것이 현 상황이므로 북한 김정남 체제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꾸준한 투자(한국식으로 따지면 '통일 비용')가 요구되는데 그것도 한 몇년 투자하고 끝이 아니라 1950년대 당시의 한국처럼 그냥 제로베이스가 아니라 마이너스 베이스이기 때문에 몇십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부터 이미 중국 자체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린 반면 내부 빈부격차는 계속 심화되어 지금까지 번 돈을 내부에 돌릴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기에 그만큼 투자액이 줄거나, 비효율적으로 투자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서 북한 내 친중 엘리트 집단이 소멸되거나 사실상 일선 실무자 몇몇으로 축소되면서 중국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고, 이는 그렇잖아도 큰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게 된다. 게다가 한-미와의 대립으로 인해 적어도 수십만의 중무장한 중국군이 북한 땅에 '수십년' 주둔하면서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미국이 이라크+아프간에 차량화보병+공중기동부대 위주의 병력 15만 명 정도를 도합 15년 주둔시킨 뒤에 받은 계산서를 감안하면 얼마나 큰 부담일지는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중국으로서는 김정남 체제로의 전환이 대외환경의 변화(게다가 북한 내 친미/친한 정권 수립은 최종적으로 민주주의 북한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 내 통일회의론자들도 북한 민주화 자체는 공감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와 내부 부담의 증가, 경제사정의 약화로 인하여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그로 인해 김정남의 가치가 없어지면서 차라리 김정은을 유지시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정은의 핵개발이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그 종착점은 미국의 선제타격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중국 스스로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건대 결국 미국이 3차대전을 우려하여 남한 내부의 군사력만 증강하고 북한 타격 쪽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쪽에 패를 걸었다면, 그리고 김정은이 중동 지역의 어떤 종교를 열성적으로 믿는 인간들보다는 생존본능이 강하고 이성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정은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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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피바다 대구 2017/02/15 18:12 #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지 않는 한 변할 게 없죠.
  • K I T V S 2017/02/15 18:37 #

    결론은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갑질하면서 고지라나 킹콩같은 괴수를 보내어 대한민국을 초토화시킨들 중국은 우주 멸망할 때까지 북한편만 들을 것이다. 라는 것이죠.
  • 제트 리 2017/02/25 23:46 #

    뭐 그것도 있겠지만, 김정은 입장 에선 눈에 가시 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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